물질에서 생명으로

물질에서 생명으로, 반니
재단법인 카오스 기획
노정혜, 조윤제, 김빛내리, 김성훈, 조진원, 윤태영, 정종경,
김병문, 박종화, 김진수, 신의철 지음

[목차]

LECTURE 01 생명체의 탄생 _노정혜
생명체란 무엇인가? / 진화의 뿌리를 찾아서 / 최초의 생명체, 루카의 출현 / 원시세포의 출현 / 원핵세포에서 진핵세포로

LECTURE 02 DNA: 생명체 번식과 다양성의 열쇠 _조윤제
DNA는 어떻게 발견되었는가? / 유전자의 복제 메커니즘 / 유전자와 환경 / 무궁무진한 생명의 다양성 / 다양성의 활용

LECTURE 03 리보핵산: 최초의 생명 물질로부터 메신저까지 _김빛내리
RNA와 DNA / RNA의 여러 기능 / RNA의 활용

LECTURE 04 단백질: 3차원의 마술사 _김성훈
DNA가 만드는 최초의 산물 / 단백질의 3차 구조란? / 아미노산이란? / 단백질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LECTURE 05 탄수화물의 달콤하고 끈적끈적한 비밀 _조진원
탄수화물이란? / 글리코믹스란? / 단당과 단백질의 결합

LECTURE 06 세포막: 경계와 소통 _윤태영
세포막의 성질 / 세포의 소통 / 세포막과 첨단 의학

LECTURE 07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 _정종경
세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ATP / ATP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부산물들

LECTURE 08 우리 몸에 들어오는 외부 물질: 약인가, 독인가? _김병문
생체 이물질 / 의약의 정의와 개발 / 약물의 대사와 부작용 / 마약과 약물 중독

LECTURE 09 게놈으로 읽는 생명 _박종화 / 유전자가위로 유전자 수술하기 _김진수
게놈으로 읽는 생명 / 유전자가위로 유전자 수술하기

LECTURE 10 이상한 나라의 바이러스 _신의철
바이러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면역 반응과 회피 전략 /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 / 바이러스 백신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고등학교 때 생물을 배우긴 한거 같은데 (대학교 때 들은건 정말 기억이 안난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하는 유전자가 DNA 인건지, 인간 몸에 염색체가 23쌍이 있어서 난자, 정자가 만나서 수정이 일어날 때 DNA 가 어떻게 서로 결합하는지, 그 염색체가 유전자인지…

도무지 헷갈려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 책은 비교적 알기 쉽게 개념을 제시해준다.

책은 카오스 재단에서 매년 봄/가을 등으로 강연주제를 따로 잡아서 공개강연을 여는데, 이 책은 2017년 봄에 열린 “물질에서 생명으로”라는 주제강연을 합쳐 편집한 것이다. 따라서 책의 내용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 카오스 재단에서 업로드한 공개 강연 영상을 보면 된다. 강연에서 독특한 점은 1회 강연의 강연자가 1시간 가량 강연을 하고, 강연이 끝난 뒤에는 2분 정도 패널 교수님들을 모셔서 패널 토론 Q&A 세션을 연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자가 일반인들 수준에서 궁금해 하는 내용을 물어보기에 그 동안 궁금하게만 여겨졌던 부분들이 상당 부분 이해가 되었다. 일반인 방청객 대상으로 한 질의 응답시간도 있었다.

책은 보다가 알게된 사실을 정리해 보았다.

DNA는 DeoxyriboNucleic Acid의 약어로 디옥시리보 핵산으로 읽는다. DNA 는 염기와 5탄당 그리고 인산이 합쳐져서 구성된 ‘뉴클레오타이드’로, 핵산의 일종이다.

여기서 염기에 해당하는 부분은 육각형 형태로 된 피리미딘 (시토신, 티민, 우라실) 과 육각형 옆에 오각형이 달라붙은 퓨린으로 나수 있다. DNA 에는 티민이 RNA 의 우라실로 전사 되기 때문에 DNA 에는 우라실은 없다. (RNA 는 반대다.)

흔히 DNA 를 이중나선구조라고 표현하는데 많은 염기 다발이 나선형 구조로 2쌍이 붙어서 엮여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DNA → RNA 전사 과정 (유전자의 복제과정의 일부)에서 이 두 쌍이 서로 떨어져 나가게 된다. 유전자가 복제되는 경우는 세포분열할 때와 감수분열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새로운 수정체가 만들어 질 때) 의 두 가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재밌는 것은 왓슨과 크릭이 둘다 이중나선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생물학적 업적으로는 크릭의 업적이 훨씬 더 칭송받고 있다는 점. 왓슨은 생물학 외의 분야에도 다양하게 진출하고 대중화 하는데 앞장서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RNA 는 DNA 의 DeOxy 가 없는 것이다. RiboNucleic Acid 로서 RNA 에서 산소가 빠지면 DNA 가 된다. RNA 는 크게 mRNA (messenger RNA), tRNA (transfer RNA), 조절하는 RNA 등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RNA 가 합성되는 과정을 전사라고 한다.

DNA 에서 RNA 로 전사되고 난 뒤에는 mRNA 를 통해서 아미노산이 만들어 지게 되는데 이때, 3개 염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유전자 코드 (코돈)에 대응되는 아미노산이 만들어지게 된다. 새롭게 알게된 놀라운 사실은 우리 몸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데 사용되는 아미노산은 20개 밖에 없다. RNA의 염기가 4개 (A-C-G-U) 이고 3자리로 이루어진 코돈을 생각해 보면 4^3 =64 개의 코돈이 만들어 지는데 대응되는 아미노산은 20개 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 생명체의 진화 과정에서 이기적인 유전자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코돈의 잉여가 남는 것이 유전자의 전달에서 엄청난 이점을 가져온다고 한다. 즉, 번역의 과정이 잘못될 경우라도 동일한 아미노산을 생성하게 함으로써 잘못된 단백질이 합성될 확률이 극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암튼, 가장 궁금했던 점은 유전자가 뭐냐는 것이다. 일단 염색체는 아니다. 염색체는 DNA 다발을 히스톤이라는 단백질로 감싸로 있는 구조체이다. 이 염색체가 세포 핵 안에서 들어가 23쌍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럼 DNA 자체를 말하나? 그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DNA 안에는 수 많은 염기들이 있는데 이 염기들이 모두 해석되는 (해석된다는 의미는 RNA 로 전사된 후에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져서 우리몸을 이루는 단백질로 구성된다는 걸 말한다.)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유전자는 DNA 의 조각들이다. 조각들이라고 복수형으로 표현한 이유는 인간의 DNA 안에는 2만 1,000개 정도의 유전자가 들어있다고 한다. DNA 의 전체가 아닌 해석되는 조각이 2만 1,000개라는 의미다. 실제 DNA 의 염기쌍은 30억개 정도인데, 이 중의 1% 정도만 단백질로 만들어 진다.

동일한 세포 핵 속에는 동일한 DNA 가 들어있다. 모든 세포의 DNA가 같다는 점이다. 머리카락에 있는 DNA 와 손가락 끝에 있는 DNA가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전자로부터 어떻게 세포들이 분열되고 또 신체 일부분에서 다른 조직 (근육, 뼈, 혈관, 내장, 신경 등) 으로 만들어 지는가?

괜히 잘못된 설명을 할거 같아서 책의 일부를 인용해 본다.

모든 세포가 가지고 있는 DNA 정보는 동일하므로 붕어빵 틀은 똑같이 다 가지고 있지만, 그 틀을 다 쓰는건 아닙니다. 세포에 따라서 그것에 대한 붕어빵 틀만을 활용해서 RNA를 찍어낸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mRNA 를 잘 조절해야만 세포를 잘 만들어낼 수 있어요. 신경세포가 부족하면 신경세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유전자를 활성화 시켜서 RNA를 많이 만들어내고, 그 RNA로부터 신경세포 단백질이 더 많이 만들어지는 거죠. 반면에 다른 단백질은 만들어지지 않도록 억제해줘야 합니다. 이런 과정은 몸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발생 과정입니다. 우리는 모두 단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한 거예요. 그 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융합해서 이루어졌지만요. 이 세포가 먼저 ‘분열’ 합니다. 하나가 둘, 둘이 넷, 넷이 여덟으로 분열해나가다 보면 수 조 개의 세포를 이루어서 귀여운 아기로 태어납니다.

그런데 분열만 계속하면 문제가 됩니다. 똑같은 세포만 계속 분열되고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되지 않으면 물컹물컹한 덩어리가 되고 말겠죠. 우리 몸이 뼈대, 근육, 신경 등을 다 갖출 수 있는 것은 분열된 세포들이 ‘세포분화’를 거치기 때문입니다. 세포가 분화되기 위해 어떤 유전자로부터 어떤 RNA와 단백질이 만들어지는지 아주 정밀하게 조절된다는 말이죠. 그런 것들이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고 나이가 들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의 모든 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인 물질적 기반을 제공합니다. RNA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것이 어떻게 조절되는지, 그 과정이 전부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 과정이 일정한 순서에 따라 일어나기 때문에 생의 모든 과정은 유전자가 어떻게 조절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생물체의 다양성이다.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한 요인 뿐만 아니라, 생명체의 다양성은 실로 엄청난 가능성의 확률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된 부분을 인용하면서 이 포스트를 마치겠다.

유전자의 수가 적은데도 어떻게 다양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먼저 자연적으로 염기 내의 수소가 이동하며 조금 다른 모양이나 성질을 갖는 염기들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A-T, C-G의 수소 결합과는 다른 쌍이 드물게 이뤄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다른 염기 결합을 이룬다는 말은 비정상적인 단백질 혹은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자연적으로 다양성이 일어난다는 거지요. 그리고 이러한 변이의 원인은 굉장히 많습니다. 방사선이나 햇볕의 자외선도 그중 하나지요. ‘낫 모양의 적혈구’도 그러한 돌연변이의 일종인데 둥근 모양의 적혈구에 비해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됩니다. 이처럼 변이는 굉장히 해롭고 위험할 수도 있지만, 생명체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유전자가 2만 1,000개라고 하면 단백질도 2만 1,000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단백질 2만 1,000개가 만들어지지만 이러한 단백질에 다른 화학물질이 여기저기 붙어서 다른 기능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는 2만 1,000개 보다 더 많은 단백질이 만들어져서 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인간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이유 중 하나겠지요.

또한 인간의 다양상은 ‘감수분열’ 때문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23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는데, 모양과 길이가 서로 다릅니다. 생식세포인 난자와 정자가 만들어질 때 먼저 염색체가 복제되어서 각각 두 개가 됩니다. 그다음에 세포가 분리되면 그중 한쌍만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또 분리가 일어나면 처음에 복제되었던 두 개가 떨어져서 하나씩이 되는데, 이를 ‘반수체’라고 합니다. 염색체가 한 쌍인 경우에는 두 가지 종류의 생식세포가 가능하지요. 바로 이 상태가 정자와 난자인 거고, 이게 다시 합쳐져서 다양한 조합의 수정란이 만들어집니다.

염색체가 두 쌍인 경우는 감수분열했을 때 서로 다른 네 가지의 조합이 가능합니다. 세 쌍이면 2^3=8가지 종류가 생기고 n쌍이면 2^n 가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됩니다. 염색체가 23쌍 있으니 이런 조합은 2^23개가 만들어질 수 있겠지요(2^23=8,388,608). 이게 각각의 난자와 정자의 조합 가능한 가짓수이니 엄마와 아빠 두 사람의 조합이 섞이면 2^23*2^23, 대략 70조 가지의 가능성이 됩니다. 한 부부에게서 70조 가지의 자식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70조 가지의 다양성도 일부에 불과합니다. 부모로부터 나온 염색체가 아무런 재조합 과정 없이 생겼을 때가 70조 가지고, 이 과정에서 서로 염색체끼리 오버랩(‘교차’)되어서 아빠와 엄마의 염색체가 섞이는 재조합 과정이 일어나거든요. 그러니까 정말로 무궁무진한 생명체가 창조되는 것이 감수분열입니다.

마지막으로, 생명의 다양성이 일어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 ‘스플라이싱(Splicing)’인데, ‘이어붙이기’라는 뜻입니다. DNA에는 ‘엑손(Exon)’과 인트론(Intron)’ 이라는 부위가 있습니다. 엑손은 RNA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한 유전자 내에 엑손이라는 부위가 5개(1,2,3,4,5) 가 있다고 한다면, 스플라이싱을 거쳐서, 1, 2, 3, 5 혹은 1, 2, 4, 5 혹은 1, 2, 3, 4, 5 등의 다양한 조합이 가능합니다. 즉, 하나의 유전자에서 굉장히 다양한 단백질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지요.

지금까지의 얘기를 정리하자면 생명이 이렇게까지 다양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유전자의 변이, 단백질의 변형, 감수분열, 스플라이싱이라는 과정인데, 이것에 의해 무궁무진한 생명체의 다양성이 생겨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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